[사순절 제2일] 출애굽기 5:10-23
10 이스라엘 백성을 부리는 강제노동 감독관들과 작업반장들이 나가서, 그들에게 이렇게 선포하였다. "바로께서 명령하시기를 '내가 너희에게 더 이상 짚을 주지 않겠다.
11 너희는 가서, 너희가 쓸 짚을 직접 구해 와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너희의 벽돌 생산량이 줄어들어서는 안 된다' 하셨다."
12 그래서 백성들은 온 이집트 땅에 흩어져서, 짚 대신으로 쓸 곡초 그루터기를 모아 들였다.
13 "너희는, 짚을 공급받을 때만큼 벽돌을 만들어 내야 한다." 감독관들은 이렇게 말하며 그들을 몰아쳤다.
14 바로의 강제노동 감독관들은 자기들이 뽑아서 세운 이스라엘 자손의 작업반장들을 때리면서 "너희는 어찌하여, 어제도 오늘도, 벽돌 만드는 작업에서 너희가 맡은 일을 전처럼 다 하지 못하느냐?" 하고 다그쳤다.
15 이스라엘 자손의 작업반장들이 바로에게 가서 호소하였다. "어찌하여 저희 종들에게 이렇게 하십니까?
16 저희 종들은 짚도 공급받지 못한 채로 벽돌을 만들라고 강요받고 있습니다. 보십시오, 저희 종들이 이처럼 매를 맞았습니다. 잘못은 틀림없이 임금님의 백성에게 있습니다."
17 그러자 바로가 대답하였다. "이 게을러 터진 놈들아, 너희가 일하기가 싫으니까, 주께 제사를 드리러 가게 해 달라고 떠드는 것이 아니냐!
18 썩 물러가서 일이나 하여라. 너희에게 짚을 대주지 않겠다. 그러나 너희는 벽돌을, 맡은 수량대로 어김없이 만들어 내야 한다."
19 이스라엘 자손의 작업반장들은 매일 만들어야 하는 벽돌의 수를 줄일 수 없다는 말을 듣고서, 자기들이 곤경에 빠졌음을 알았다.
20 그들은 바로 앞에서 나오다가, 자기들을 만나려고 서 있는 모세와 아론과 마주쳤다.
21 그들은 이렇게 말하였다. "주님께서 당신들을 내려다 보시고 벌을 내리시면 좋겠소. 당신들 때문에 바로와 그의 신하들이 우리를 미워하고 있소. 당신들은 그들의 손에 우리를 죽일 수 있는 칼을 쥐어 준 셈이오."
22 이 말을 듣고서, 모세는 주님께 돌아와서 호소하였다. "주님, 어찌하여 주님께서는 이 백성에게 이렇게 괴로움을 겪게 하십니까? 정말, 왜 저를 이 곳에 보내셨습니까?
23 제가 바로에게 가서 주님의 이름으로 말한 뒤로는, 그가 이 백성을 더욱 괴롭히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주님께서는 주님의 백성을 구하실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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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ion? or Illusion?>
Vision은 ‘보는 것’입니다. 무엇을 보는 것입니까? ‘현실’을 ‘또렷하게’ 보는 것입니다. Illusion은 ‘흐릿하게’ 보는 것입니다. 현실을 안보고 환각(꿈) 속에서 사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루전의 사람은 꿈속을 살아가는, 자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비전의 사람은 현실에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늘 깨어있습니다.
영화 ‘치킨런’은 진저라는 이름의 암탉을 중심으로 양계장을 탈출하여 자유로운 세상을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을 제외한 나머지 닭들은 주인(인간)이 만들어놓은 세계 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인 진저는 그 세계가 허상임을 알고, 진짜 세계를 추구하는 닭입니다. 주인의 세계에서 ‘닭’은 알을 낳아야 하고, 알을 낳지 못하는 닭은 존재의 이유가 없습니다. 진저는 ‘닭’은 알을 놓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삶을 살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압니다. 때문에 진저는 주인의 세계 안에서 살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항상 그 세계에서 벗어나서 자유로운 삶을 실현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삽니다. 그리고 진저는 그 비전을 이룹니다.
오늘 본문의 이스라엘은 바로가 만든 세계 안에 삽니다. “이스라엘 자손에게 일을 엄하게 시켜 어려운 노동으로 그들의 생활을 괴롭게 하니….(출1:13-14)”, “바로가 이르되 너희가 게으르다 게으르다….(17절)” 바로가 만든 세계는 이스라엘의 생명을 소진시키기 위해 설계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은 벽돌을 굽다 죽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모세는 이스라엘을 하나님의 백성이자 자유로운 존재, 생육하고 불어나 번성하고 매우 강하여 온 땅에 가득한 존재(출1:7)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의 원망을 무릅쓰고 출애굽을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합니다. 악의 세력을 상징하는 바로는 우리에게 'Illusion(허상)'을 살도록 강요하지만, 하나님은 진짜 세계를 보여주시고, 그 세계에 살게 하십니다.
지금 이 세계가 제시하는 'Illusion'은 무엇입니까? 바로의 세상이 여러분을 향해 '게으르다' 채찍질하고 있진 않습니까? 비전은 진짜 세계를 똑바로 보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예수님을 우리에게 보내셨습니다. 일루전의 세계에 비전을 주시기 위해서요. 주님께서 선포하신 '하나님의 나라'는 자유로운 나라입니다. 주님께서 걸어가신 십자가의 길은 사람들의 생명력을 갉아먹는 사회 질서에 맞서, 사람들의 생명을 되찾는 투쟁이었습니다. 주님께서는 저와 여러분에게 말씀하십니다. 똑바로 보고, 그 길을 함께 걷자고요.
"지치고 짐에 눌린 여러분! 다 나한테 오세요. 바로 내가 여러분을 쉬게 해 드릴게요. 나의 멍에를 메고 나한테 배우세요. 나는 온유하고 마음이 낮으니까요. 그러면 여러분이 쉴 곳을 찾아낼 겁니다. 나의 멍에는 지기 쉽고 나의 짐은 가벼우니까요." (마태 11:2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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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문>
당신의 생명이 우리 삶 가운데 영원히 함께하기를, 당신의 풍성한 자비 안에서 간구합니다. 주님, 우리는 당신께 돌아갑니다. 정처 없이 헤매던 곤한 영혼이 당신께 솟아오르길 원합니다. 당신 손으로 만드신 것들에 등을 잠시 기대었다가 이 모든 것을 만드신 당신께 닿기를 원합니다.
-아우구스티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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