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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작(多作)/800 에세이

[사순절 묵상] 제 3일, 사도행전 7:35-42

by 오류동최주부 2022. 3. 4.

오늘 말씀은 교회의 일곱 집사 중 한 사람인 '스데반'이 유대 최고의회 앞에서 했던 변론 중 한 부분입니다. 

이집트 탈출(출애굽)과 모세에 관한 내용이지요. 

#1. 
스데반은 말합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모세를 인정하지 않았다(35절)'고요. 

그런 모세를 하나님께서 당신의 통치자로, 해방자로 선택하셨습니다. 

그리고 파라오와 이스라엘 백성 앞으로 보내셨습니다. 

#2. 
'이 모세가 사람들을 이끌고 나갔습니다(36절).' 

이스라엘 백성이 인정해 주지 않았지만, 모세는 그들을 이끌고 나갑니다. 

모세는 하나님을 대신하여 '파라오' 앞에 섭니다. 

모세가 하나님의 나라를 대표한다면, 이 세상을 대표하는 사람이 바로 파라오일 겁니다. 

파라오 앞에서, 모세는 여러 놀라운 일과 징표를 해 보입니다. 

열 가지 재앙과 갈라진 홍해 등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그런 일들을요. 

#3. 
이 모세가 이스라엘 사람들을 이끌고 나갔습니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모세를 순순히 따르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그를 밀쳐냈고, 마음속으로 이집트로 돌아갔습니다(39).'

이스라엘 백성들은 기적같은 경험을 참 많이 했습니다. 

열 가지 재앙을 목격했고, 홍해가 갈라지는 걸 목격했고, 

배고플 때 먹이시고, 목마를 때 마시게 하시는, 

또 낮에는 구름기둥으로 밤에는 불기둥으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돌보심을 직접적으로 경험해 왔습니다. 

그런 기적같은 일을 매일 경험했지만, 이스라엘 백성들은 '마음속으로 이집트로 돌아'갑니다.  

우리 삶에 이스라엘 백성들이 경험한 일이 벌어진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렇게 눈에 보이는 기적들로 하나님께서 우리를 돌보신다고요. 

그런 경험들이 매일 같이 쏟아지는데, 어떻게 그들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었을까요? 

저는 생각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우리와 다르지 않은 보통의 사람들이라고요. 

우리도 비슷한 선택을 할 수 있다고요. 

오늘 본문이 우리에게 건네는 메시지가 뭘까요? 

저는 생각합니다. '믿음'에 관해서요. 

경에서 말하는 '믿음'은 관계 속에서 형성된 '신뢰'를 표현하는 말입니다. 

저에겐 '믿음'보단 '신뢰'라는 단어가 더 와닿습니다. 

여러분, 불신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누군가를 '신뢰'하는 것을 배우는 건, 정말 어렵습니다. 

늘 불안한 환경에서 '하나님을 신뢰하라'고 말하는 것보단, 

차라리 하나님 한분에게 의존하지 않더라도, 

조금 더 인과관계가 확실한 법과 질서에 속하는 것이, 우리에겐 덜 불안할 수 있습니다. 

매일 언제 내릴지 모를 만나를 기다리는 것보단, 

내가 노력하면 적어도 얼마만큼의 만나를 얻을 수 있는 세상이 더 안전해 보입니다. 

우리는, '믿음 없는' 세상, 타자를 향한 신뢰보다는 나를 더 신뢰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세가 아닌, 내 손으로 만든 수송아지 형상을 선택합니다. 

하나님께 '의존'하기보단, 스스로의 힘으로 '독립'적인 인생을 살아가는 걸 원합니다. 

신학자 자끄 엘륄은 그런 우리들을 향해 말합니다. 

'스스로 다 자란 성인이라고 자만하지만 비참한 고아의 신세가 된 사람들'이라고요. 

사순절. 40일간,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것은 바로 하나님과 '신뢰' 관계를 쌓는 법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신뢰를 쌓는 방법은, 광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끌리는 것입니다. 

그곳에서 '누군가'의 도움에 기대어, 하루하루를 살아보는 것입니다. 

내가 만든 수송아지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누군가가 나에게 줄 만나와 메추라기를 기다리며, 

낮엔 구름기둥과 밤엔 불기둥을 기다리며, 매일을 사는 것입니다. 

이집트로 돌아가지 말고, 광야에 머무릅시다. 

그곳에서 매일의 양식을 기다려봅시다. 

믿어봅시다. 그렇게 믿음의 경험을 늘려봅시다. 

믿음은 한 순간에 '뿅'하고 생기는 게 아니라, 

그렇게 매일 매일 쌓아가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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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우리를 위해 광야에서 금식하신 주님, 

우리도 주님을 따라 성령의 도우심으로 

세상의 유혹을 이겨 마침내 

주님의 거룩하고 의로우심을 닮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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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말씀] 
35-36 이 모세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인정해 주지 않고, '누가 당신을 통치자와 재판관으로 세웠습니까?' 하고 말했던 사람입니다. 바로 이 모세를 하나님이 통치자로, 해방자로 보내셨습니다. 가시나무 덤불 속에서 그에게 나타났던 천사의 손을 빌려서요. 이 모세가 이스라엘 사람들을 이끌고 나갔습니다. 여러 놀라운 일과 징표를 이집트 땅과 홍해와 40년 동안 광야에서 해 보임으로써 말입니다. 
(...)
39-41 "우리 조상들은 모세를 순순히 따르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그를 밀쳐냈고, 마음속으로 이집트로 돌아갔습니다. 그들이 아론에게 말했습니다. '우리를 위해 신들을 만들어 주십시오, 우리보다 앞서가실 신들을요! 모세라는 이 사람, 이집트 땅에서 우리를 이끌고 나온 이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우리는 모르겠으니까요.' 그래서 그들이 그 즈음에 수송아지 형상을 만들어서 그 우상에게 희생제물을 가져다가 바쳤습니다. 그러고는 자기들 손으로 만든 것을 두고 즐거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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