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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작(多作)/800 에세이

[사순절 묵상] 제6일, 베드로후서 2:4-21

by 오류동최주부 2022. 3. 8.

<베드로후서 2:4-21> 中
5  또 하나님이 옛 세상을 봐주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정의의 선포자인 노아는 일곱 식구와 함께 보호해 주셨습니다. 불경건한 사람들의 세상에 홍수가 나게 하셨을 때 말입니다. 
6  또 소돔과 고모라 두 도시를 잿더미로 만드시고 재난을 내려 심판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앞으로 불경건하게 살 사람들의 본보기를 삼으셨습니다. 
7  그러나 의로운 롯을 구해 주셨습니다. 규범을 벗어난 사람들의 멋대로 놀아나는 생활 모습에 괴로움을 당하고 있던 롯을요. 
8  그 의로운 롯은 그들 가운데 자리 잡고 살면서, 날마다 그들의 무법한 행동들을 보고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의로운 영혼을 괴롭게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9  주님은 알고 계십니다. 경건한 사람들을 유혹에서 건져 내시고, 불의한 사람들은 벌하셔서 심판의 날까지 가두어 지키실 방법을 말입니다.

 

<심판은 하나님께!>


20대 대통령 선거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떤 분들은 사전투표로 이미 시민의 권리를 행사하셨겠죠. 저는 아직 투표하지 않아서, 내일 투표를 해야될 것 같습니다. 

어제 그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직 투표를 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더니, 누가 농담조로 그러더군요. '너는 그냥 투표하지 말라'고요. '우리 편에게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으니까'라고요. 

저는 대답했습니다. "걱정하지 말라"고, 저는 "단 한 번도 누군가의 편(1번과 2번)에 도움이 되는 투표를 한 적이 없다"라고요. 

사실 '투표'라는 행위 자체에 관심을 가진 건 세월호 사건 이후였습니다. 그 사건을 계기로, '사회에 직접 몸으로 참여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으로서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배웠습니다. 그때부터 제 관심은 언제나 사회의 '소수자'에게 있었고, 그러다 보니, 흔히 말하는 '소수당'에만 투표를 해온 듯합니다. 

선거철에 많이 들려오는 단어가 있습니다. '심판'입니다. 누군가는 '정권 심판'을 말하고, 또 누군가는 '야당 심판'을 외칩니다. 국민의 투표는 곧 국민이 내리는 심판이요, 철퇴라는 것입니다. 5년의 결과에 따른 판단이 반영되니, 이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단어가 들릴 때마다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성경에서 '심판'이라는 단어를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주체는 단 한 분, '하나님'밖엔 없습니다. 성경은 인간에게 '사랑'하라는 계명을 주었고, '심판(판단, 폭력 등)'은 오직 하나님께서 최종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시는 행위입니다. 

간음하다 붙잡힌 여인과 그를 끌고 온 대중 앞에,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고요.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않으니, 돌아가라'고요. 대신 '다시는 죄를 짓지 말라'고요. 인간의 몸으로 오신 예수님은,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우리에게는 누군가를 '심판'할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요. 

8절. 
"그 의로운 롯은 그들 가운데 자리 잡고 살면서, 날마다 그들의 무법한 행동들을 보고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의로운 영혼을 괴롭게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이 역대급 비호감 선거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요. 본문 속 롯이 그랬던 것처럼, 저도 이 선거철이 괴로웠습니다. 날마나 후보들과 그 가족들의 무법한 행동을 보고 듣는데 지쳤습니다. 그런 행동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덮어주고 지지하는 교계 어른들의 행동을 보고 듣느라 지쳤습니다. '비호감이지만! 그럼에도 우리에겐 두 선택지 밖에 없어!' 말하며, 양 당을 대변하는 그리스도인들, 그들의 주장에 담긴 폭력적인 태도와 논리에도 지쳤습니다. 영혼이 괴로워하는 소리가 내부에서 터져나옵니다. 

내일이면 본 선거입니다. 시민으로서 우리가 할 일을 하면 좋겠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건 각자의 판단에 맡겨져 있으니, 소신껏,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합시다. 그것이 1번이든, 2번이든, 3번이든, 아니, 심지어는 무효표라 하더라도, 모든 표는 소중합니다. 우리의 선택이 어우러져 이 사회를 이루어갈 겁니다. 

투표소를 향하는 길 위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기억해야 합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그 사람이 우리를 '구원'해주진 않습니다. 우리의 투표는 '심판'이 아니라, '선택'이고 '참여'의 행위여야 합니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일상적인 행동의 실천 중 하나로, 내 일상 속 선한 실천의 사소한 연장일 뿐입니다. 

9절. 
"주님은 알고 계십니다. 경건한 사람들을 유혹에서 건져 내시고, 불의한 사람들은 벌하셔서 심판의 날까지 가두어 지키실 방법을 말입니다." 

최종적인 심판은 '하나님'께 맡겨두시고, 이 축제에 참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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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문> 


"주님
우리는 너무나 자주 당신의 방법이 아닌
우리가 원하는 방법으로
당신의 제자가 되려고 합니다.
너무나 자주 우리 자신의 계획을 인정해달라고
그것이 성공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면서
당신을 따르는 일보다
우리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목표를 추구합니다.
우리를 용서하시고
우리의 환상을 깨뜨려주시고
우리가 당신을 바라볼 때 세상의 눈으로
실패하고, 정죄당하고, 조롱당하고
고난받으시며, 죽임을 당하신 분으로만 보지 않게 하소서.
우리를 회복하시고 새롭게 하셔서
우리가 당신께 우리 자신을 드릴 수 있도록 도우시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할 수 없는 것
실패와 성공
희망과 열망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성공을 온전히 당신께 맡겨드리고
당신께서 인도하는 곳으로 따를 수 있기만을 갈망하게 하소서.
십자가의 길 안에서
우리를 향한 당신의 은혜를 깨닫게 하시고
실패 속에서 그 은혜가 언제나 더 큰지 알게 하소서.
주님께서 먼저 우리를 위해 죽으셨고 다시 사셨기에
우리 또한 당신을 위해 살고 당신을 위해 죽을 수 있는
당신의 제자로 우리를 받아주소서.
다시 부활하셨을 때
베드로에게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에게도 말씀하소서.
'나를 따르라'
"
- 리처드 보컴(성공회, 신학자)
At the Cross(<십자가에서>(터치북스, 2021)로 역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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